“내 탓을 먼저 인정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2020년 사자성어 '아시타비' “내로남불 해”

전남희망신문 승인 2021.01.08 14:32 의견 0


교수들이 뽑은 2020년의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가 선정됐다.

아시타비는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뜻으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한문으로 옮긴 말로 신조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듯 자기 자신의 어떤 행동을 평가할 때는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반면 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하게 되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어 모든 책임을 상대방에게 전가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내가 생각하는 것만 옳고 다른 사람의 생각이라든지 의견은 전혀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문제라도 객관적이고 다양한 입장에서 바라보고 상대방하고 협력해서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책임 자체에 나는 잘못이 없고 모든 것은 상대방에게 전가하다 보니 상대방 말을 들을 여유도 들을 필요도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갈등은 심화 되고 해결할 수 있는 건전한 방안을 찾는 것 자체도 어렵게 된다.

갈등을 나름대로 잘 해결하면 자기 발전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갈등이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집단 혹은 개인의 이득, 특정 세력의 이득의 문제로 변절 되어 가는 것은 부정적인 측면이다.

갈등의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과거에는 개인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 정부에서 내는 목소리만 들어야 하고 이견을 제시할 수 없었는데 사회가 점점 민주화되다 보니 개인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집단이 자기 이득이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민주적인 사회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우리 사회가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고 기회가 많아져 편리해지다 보니 사람들이 점점 충동적으로 결정하고 행동하고 있다.

나와 다르면 무조건 배척한다거나 비난하고 심지어는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특성들 때문에 갈등이 심각해질 수 있다.

최근 “여야, 진보와 보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응 등에서도 ‘내로남불 사태’”가 불거졌다. “진보 정권은 잘못을 인정하는 일이 없고 보수 세력은 과거를 뉘우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결과를 놓고 남 탓만 하고 있다. 어떤 결과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 이전에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만들어 제물로 바치고 나서, 다음을 생각하는 것이 우리 부족한 인간들의 속성이 아닌가 싶다.

옛말에도“잘되면 자기 탓, 안되면 조상 탓”이라 했다. 그래서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공감과 배려가 중요시되는 대목이다.

이제 더 이상 남 탓만 하고 자신의 무능을 합리화하지 않아야 한다.

코로나 19와 매서운 동장군의 기세가 모든 이들의 마음을 얼어붙게 하는 이 시기에 우리는 우리의 마음부터 따뜻하게 데우는 노력을 해야 한다.

모든 일의 결과를 남 탓으로 돌리는 집단이기주의나 진영논리를 떠나서 다 같은 사람으로서 서로 온기를 나누는 따뜻한 세상을 꿈꿀 일이다.

그런 세상이 온다면 ‘아시타비’ 같은 단어는 기억 속에서 멀어져 갈 것이기 때문이다.

‘아시타비’로 표현된 2020년이 지나가고 신축년 새해가 왔다. 새해에는 코로나 19가 사라지고, 우리 모두가 남 탓하기 전에 내 탓을 인정하고 내 공을 내세우기 전에 타인 덕분임을 내세우는 살기 좋은 세상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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