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녘에 해 뜨는 일출도 아름답지만, 서편에 해지는 일몰의 모습은 더욱 장관이다. 일출은 새해를 맞을 때 찾아 나서지만 일몰은 그 장관스러움을 보기 위해 언제나 찾아 나선다.
노년의 삶은 결국 자신의 삶을 마무리하는 단계인데 이를 해가 마지막 서편으로 져가는 일몰의 모습에 비유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노년은 죽음을 준비하는 기간임에는 분명하지만 아무 의미 없이 막연하게 죽음을 준비하는 기다리는 것은 금물이다.
노년에 죽음을 극도로 두려워 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 만큼 살았으니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자신 삶에 대한 경박한 모습일 수도 있다.
소노아야코 일본 작가는 “죽음이 오늘이라도 찾아오면 힘을 다해 열심히 죽을 것”이라 했다.
죽음을 삶의 연장 선상에서 경건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병에 걸리면 낙심이 아니라 도를 닦듯 열심히 투병하는 자세이어야 한다.
투병과 동시에 죽을 준비도 차분히 마치고 언제고 부름 받으면 ‘네’하고 떠날 채비의 의연한 자세다.
죽되 결코 추한 죽음이 되지 않도록 가족이나 친지 자신의 이웃들이 아쉬워하고 다시 한번 존경심을 되새길 수 있다면 아름다운 죽음이요 완전하고 행복한 죽음이다.
‘브라이언트’는 죽음을 관조하면서 이렇게 노래했다.
“그대 한밤 채찍 맞으며 감방으로 끌려가는 채석장의 노예처럼 가지 말고 흔들림 없는 믿음으로 떳떳하게 위로받고 무덤을 향해 웃으며 가라 침상에 담요 들어 몸에 감으며 달콤한 꿈나라로 가려고 눕는 그런 사람 처럼...” 행복한 노년을 보내기 위해서는 고차원의 인생관이 중요하다.
나이가 들면 이 인생관의 존재 여부가 삶의 질을 확연하게 바꾸어 놓는다.
이제까지는 세상이 정해 놓은 길, 주변에서 길을 따라 눈치보며 걸어왔다면, 이제 부터의 남은 삶은 어떤 길을 택하고, 어떻게 걸어 갈지 오로지 내가 선택하고 책임지며 살아가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노년의 연륜은 미움과 절망까지도 따뜻하게 품을 수 있어야 한다.
평소 성실하게 살면 이해도 지식도 사리분별도 자신의 나이만큼 쌓인다.
그것들이 쌓여 후덕한 인품이 완성되는 것이다.
여지껏 후회스런 삶을 살았다 해도 죽음을 바라보일 때부터라도 자신만을 위해 살았던 이기심을 지우고 매사에 이타적인 삶 즉, 나를 버리고 남을 위해 사는 삶을 선택한다면 다시 새로워지는 인생을 경험하며 곱게 늙어갈 수 있을 것이다.
노년은 자연의 섭리와 창조주와 인간에 대한 섭리를 깊이 깨달아 가며 사람답게 사는 방법이 겸손히 터득 되어지며 이제까지의 온갖 부정적인 사고가 긍정적인 사고로 급격히 자리 잡아 가는 때 이어야 한다.
우리 몸의 세포가 꾸준히 새롭게 태어나듯 노년은 영적 육적 육체의 기능들이 쇠퇴해가는 시간이 아니라 매일 매 순간 새롭게 갱신되고 생성되는 기간이어야 한다.
이러한 심오함을 깨닫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덕목을 갖추기 위해 먼저 스스로에게 엄격해야 한다.
자신에게 견고 한 자갈을 물리고 삶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시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정신적 육체적 노력 없이는 시간을 차지할 수가 없다.
시간은 인간에게 성실할 것을 요구한다. 잉여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노년의 시간은 두렵고 잔혹한 것이다.
나의 시간이 아니라 오직 신의 시간에 내가 접목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마음을 비우고 아쉬움보다 감사하며 겸손히 품어야 한다.
사람답게 죽기 위해서는 진격보다 철수를 준비해야 한다. 항상 물러설 때를 염두 해 두며 살아야 한다.
자신의 진리와 삶에 대한 두터운 욕심에 연연해서는 안된다. 모 단체의 회장직을 맡은 분이 나이가 들고 몸도 쾌치 못한 상태로 주위에서는 이제 회장직을 내놓고 평안히 지내시기를 권유했으나 결코 수용하지 않고 그때부터 회원들에게 배신감과 분노를 느끼며 지냈다고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집착이란 보이지 않은 일종의 병이다. 그래서 나이 들며 자신과 조직의 일에 너무 애착을 갖지 말라고 충고하는 것이다.
지나친 애착은 곧 재화의 유혹에 빠지게 되고 그 힘을 주위에 과시하려 하게 되며 마침내 추한 완고함이 덫에 걸리게 만든다.
오래 살면 얻게 되는 것 보다 잃은 것이 더 많다. 이를 당연히 받아들이는 덕목이 필요하다.
따라서 미움과 내려놓기의 묘약을 터득해야 한다.
순수하게 잃어버림을, 잃어버려짐을 받아들여야 한다.
주변 사람도, 재물도 의욕도 어느 틈엔가 입맛과 함께 자신도 모르는 사이 떠나간다.
이것이 노년의 숙명이다. 인간은 누구나 조금씩 비우다 결국 아무것도 남아 남지 않을 때 세상을 떠나는 것이다.
행복한 노년은 무엇인가? 사람답게 늙고 인생이 사람답게 살다가 사람답게 죽는 것으로 마치는 삶이다.
나의 죽음 곁에 서도진 바닷가 져가는 노을을 바라보며 기쁨과 평안 그리고 아쉬움을 가슴에 담고 돌아서는 사람들 곁에 함께 있자. / 김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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