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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덕재 기자 |
우리 가족은 2012년 가을 쯤, 고향에 내려와 살기로 다짐하고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내 고향에 정착해서 가정을 꾸리며 예쁜 딸도 낳고 살고 있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 어려움도 있지만, 내가 놀던 곳에서 내 아이들이 놀고 내 모교에서 학교에 다닐 것을 생각하니 참 뿌듯하기 그지없다.
내가 함평에 왔을 때 지역 내 가장 큰 이슈가 ‘거점고’ 유치였다. 약 1,000억원 가량의 사업비와 교육 질 적 향상에 따른 ‘거점고’ 유치에 대해서는 대부분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거점고교 유치 장소에 따른 학교면과 함평읍 주민들 간에 찬반양론이 거세게 나타났다.
결국 내 모교인 함평실고(골프고)가 학다리 고교로 이전하고, 그 자리에 거점고가 들어선다는 것이다.
당시, 나는 함평농고 졸업생으로써 관심을 가지며 반대를 했었다. 모교의 자리에 다른 학교가 들어선다는 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한 어른이 단적으로 “함평발전에 저해하는 짓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고 호통 쳤다.
내가 반대한다고 학교 이전 계획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정서를 잘 알지 못한 나로서는 그 어른의 언행이 이해할 수 없었다. 권력과 힘을 가진 자의 생각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니다.
가정, 학교, 사회 등 각각의 구성원이 모여 사는 집단에는 여러 의견이 나올 수 있다. 개인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사회가 우리가 바라는 사회이고 민주주의 국가인 것이다.
2015년 11월 쯤, 전남희망신문에 입사했다. 기자를 하게 되면서 가장 우려했던 것은 ‘전남희망신문의 정치적 색깔’과 ‘지역 기자의 부정적인 이미지’ 두 가지였다.
그러나 신문사 대표는 지역 언론인으로써 자질을 당부했고, 나는 공정하고 성실하게 임하자고 다짐했다.
그 후 ‘함평군 레슬링 팀 해체’에 대한 기사를 시작으로 ‘추사 김정희 작품 기증논란’ , ‘군수 측근과 며느리 등 보조금 지원 논란’ , ‘군 번영회 야구장 위탁운영 논란’, ‘해보 모 전력업체 사장 자살’ , ‘군수 가족운영 주유소 유류 공급 특혜의혹’ 등 크고 작은 지역이슈를 접하고 취재하게 됐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주로 행정과 관련 된 내용의 취재를 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추사 김정희 작품 세미나 취재였다.
행정과 의회, 일부 지역민 등은 관심이 있어 논란이 있었지만, 그다지 군민들은 관심이 없었다.
엑스포 공원 주제영상관에 230여명이 참석했는데 절반 이상은 동원된 공무원들이었다. 그나마 1부가 끝나자 100여명만 남았다.
흥미로웠던 것은 군민들 간에 토론하는 모습이었다. 토론의 절차를 무시하고 소리를 지르며 자기주장을 펼치는 모습은 마치 내가 주장하는 것은 함평의 대의를 위한 것이고, 나의 의견에 반대하는 것은 함평발전에 저해하는 사람으로 몰아 붙였다.
모 단체 회장은 함평발전에 저해시키는 사람들은 함평에서 살 생각 하지마라는 말에 간담이 서늘했던 기억이 있다.
함평발전을 생각하지 않는 공무원과 군민이 있을까? 함평군 행정에 다른 제안을 하면 함평발전을 저해하는 것인가? 우린 서로 틀린 게 아니라 다르다는 걸 인정하면 어떨까?
행정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통해 정책을 입안에 국비를 받아와 지역발전에 공로를 세우고 있는 공무원도 함평 군민이고, 어려운 이웃과 학생들에게 성금과 장학금을 기부하는 군민도 함평을 사랑하는 훌륭한 군민이다.
또 함평에서 돈을 벌어 함평에서 쓰는 군민도 소중하고, 함평에서 내 아이 낳고 내 가정꾸리고 먹고 사는 주민도 우리 군민이다.
또한 함평에서 부모님 모시고 형제끼리 오순도순 살면 감사한 군민이고, 낙후된 지역에 열심히 일하며 살아가는 우리 젊은 청년들도 정말 귀한 군민이다.
이 같이 각각의 주워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우리 모두가 함평군민 임을 소중하게 받아들이는 2017년 한해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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